[할리데이비슨과 함께하는 장준영 여행기]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레임 - 겨울

장준영칼럼니스트 입력 2024.12.02 18:25 조회수 52 0 프린트
                  운탄고도의 절경

가을이 잠깐 다녀간 것 같기는 한데 이제 아침 저녁은 영하를 넘나드는 초겨울의 날씨가 되었다.

겨울을 반갑게 맞이하는 라이더는 극히 드물 것이다.  겨울이 되면 안 그래도 불안정한 두바퀴가 미끄덩하기 쉽고 칼바람으로 가만히 있어도 추운 환경이다 보니 달갑지 않은 게 당연하겠다.

기온이 내려가면 노면도 얼어붙어서 미끄럽지만, 타이어의 주요 성분인 고무가 경화되어 그립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여름이나 가을처럼 안정적으로 주행하기도 어렵다.  그래서인지 일반 바이크들보다 온도에 더 예민한 스포츠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스포츠바이크(일명 R차라고 불리우는 차종들과 고속주행을 위한 바이크들)의 오너들은 날이 추워지면 안전을 위해서 아예 바이크의 배터리를 분리하고 ‘봉인’이라고 하는 시즌오프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겨울이 되어도 달리는 라이더들이 있다.  그냥 무대뽀로 겨울에도 타는 나 같은 별종을 제외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추위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는 어드벤처바이크를 타고 임도나 산속으로 들어가는 열혈라이더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임도를 타는 어드벤처바이크 라이더들이 겨울에도 타는 이유는 한겨울이라도 산속은 생각 외로 춥지 않고, 겨울에는 등산객이나 트래킹을 즐기는 분들도 많지 않아서 한적하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MTB 자전거를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나도 모터사이클로 이런 경험은 아직 없지만, 이런 임도를 곁들인 라이딩은 예전 올마운틴MTB로 겨울산을 싸돌아다녔던 경험으로 볼 때, 엔진이 달린 탈 것이라도 마찬가지로 라이더에게 계절을 넘어서서 색다른 경험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호기심이 내 속에 스물스물 자리잡았다. 

그래서 지난 편에서 밝힌 것처럼 가볍게 임도 정도를 다닐 수 있는 세컨바이크로 400cc급 스크램블러를 계약하게 된 것이고, 내년 초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말과는 달리 올해 12월 중순 정도에 바이크를 받아 볼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비록 눈은 내리겠지만 그래도 만세다!). 
 

그렇다면 비록 임도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를 타고서라도 살짝 공략대상지(?)를 사전답사 하는게 필요하다. 얼마 전부터 나는 영월과 정선을 아우르는 운탄고도 코스의 진입로들과 그 중에서 이번에 기추한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로 내년 초 즈음에 다녀올 만한(그냥 내 생각일 뿐 실제로 가면 엄두가 안 날 수도 있다) 코스들을 추려내고 있다.  운탄고도는 덕산기 계곡, 만항재, 하이원리조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임도 중심의 트래킹 코스로 잘 알려져 있고 MTB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험하지 않은 ‘비단임도’라고 불리우는 코스다. 

이번에 할리데이비슨으로 답사 다녀 온 코스는 운탄고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월의 어라연 인근의 동강코스를 다녀왔다.  마음은 비록 기추한 스크램블러에 온통 가 있지만, 이번에 할리로 이 코스를 다녀오면서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의 묵직한 주행성에 다시 한번 반했다.  아침 10시경에 나와서 오후 6시까지 대략 450km가 조금 안되는 코스를 느긋하게 달리면서 언제든 필요할 땐 묵직한 토크로 스트레스 없이 바이크에 올라 탄 나를 원하는 곳으로 밀어내는데 그 느낌은 웬만한 사륜차량으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느낌이라 오가는 길이 너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할리데이비슨 투어링바이크들은 하루에 400~500km를 다녀와도 다음날 또 다시 400~500km를 충분히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피로가 크게 쌓이지 않는데, 이런 특성은 대배기량 장거리 투어링 바이크와 듀얼 스포츠 바이크들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고, 이 정도의 장거리 주파성은 쿼터/미들급 바이크에 비해서 대배기량 바이크들이 가지는 압도적인 강점이다. 

이번에 다녀온 코스의 주요 경로는 선돌, 영월장릉(단종묘), 어라연일대, 청령포(운탄고도 1코스의 시작점이다) 등으로 두서 없이 임도출입구를 찾아보며 다녔는데 그동안 여러 번 다녀오면서도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운 곳들이 많았다.  다만, 영월은 이제 단풍이 거의 다 떨어진 상태라 화사함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내년 봄의 화사한 영월은 스크램블러를 타고 야무지게 다녀올 테니 아쉬움은 없다.

다음 달이면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고, 눈이 오며, 길도 얼어붙는 12월이다.  라이더 여러분 모두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와 함께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 달에 뵙기를 바란다.

들러볼 만한 곳들

선돌(강원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 769-4)
방절리 서강 강변에 있는 70m 정도 높이의 암석으로 ‘신선암’이라고도 불리며 2011년 6월에 명승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유사한 다른 명승지들이 주차장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볼 수 있는 반면에 선돌은 주차장에서 거의 평지수준으로 100m 정도만 걸어가면 멋진 광경을 볼 수 있기에 ‘3보 승차’가 익숙한 라이더들에게 딱 알맞다.  날씨에 따라서 장관이 가려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내가 갈 때마다는 항상 날이 맑았다.

 
 
영월 장릉(강원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
1970년 5월에 사적으로 지정된 단종의 무덤이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단종역사관만을 들려보았을 뿐 장릉 전체를 둘러보지는 않았다.  이유는 장릉 자체보다 장릉까지 가는 길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전체면적이 거의 100만평에 달하기 때문에 꼼꼼히 보기는 쉽지 않지만 2천원의 입장료 이상의 값어치는 한다.

 

 
청령포(강원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67-1)
선돌 앞을 흐르는 서강으로 연결된 곳이며, 단종의 유배지였다고도 한다. 입장료가 있긴 하지만 청령포까지 오가는 배의 승선료(?)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비싼 것은 아니며, 조선의 비운의 왕이었던 단종의 흔적들을 살펴 볼 수 있기에 한번쯤 들려볼 만 하다. 청령포 건너편에 있는 통합안내센터 앞에서부터 운탄고도 제1코스가 시작한다.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강원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로 126-3)
운탄고도에는 9코스가 있는데 1~6코스는 개방되어 있으나, 7~9코스는 아직 미개방 상태로 9코스는 동해까지 연결된다.  통합안내센터는 지금은 폐광이 되었지만 과거 탄광지역으로 유명했던 영월 탄광과 운반코스들을 관광지로 정선군과 민간이 함께 개발한 것으로 해발 1천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트래킹 코스를 오르면서 보이는 경치가 절경인 곳이다.   코스가 작은 자갈들을 포함한 오프로드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경사가 엄청나거나 심한 오프로드는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오프로드 바이크가 아니어도 주파가 가능한 코스다 (물론, 폭우 등으로 노면의 흙이 쓸려내려가면 온로드 바이크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코스가 되기도 한다).  
 
 
어라연계곡(강원 영월군 영월읍 거운리)
어라연계곡 입구인 거운리에서부터 시작하는 트래킹코스다.  ‘어라연’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물고기가 많고 물고기의 비늘이 햇빛에 반사되어 비단결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자동차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고, 바이크는 가능하긴 하다.  다만, 파쇄석 같은 작은 자갈들로 이루어진 코스라 할리데이비슨 같이 무거운 바이크 보다는 가벼운 바이크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다녀오기 좋다 (이번에 코스 초입을 보자마자 할리데이비슨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로 단념했을 정도로 사람들이 있을 때 덩치 큰 바이크는 민폐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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